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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59)
빨래(동시) 세탁기 속 빨래가 엉키고 뒤집히다 주르르 땟국물을 토하고 나면 건조대에 널린다 바람과 햇살이 지나면서 축축한 옷들이 보송보송 께끗해진다 숲길을 걸으면 나는 빨래가 된다. 서늘한 나무 냄새가 화나고 속상했던 일들을 말갛게 행구고 나면 축축한 마음은 보송보송 산뜻해진다 퐁당퐁당
사랑해요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영화 속 서양 사람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더군 소설 속에서는 정점으로 빛을 내지 사랑 없는 노래도 있던가 이 넘쳐나는 말들의 바닥엔 모두 저림이 있지 사랑이 아니면 누가 울겠으며 사랑이 아니면 사과나무에 꽃이 필 리가 있겠는가 이토록 무수한 사랑의 말들이 세상 천지를 날리는구나 벼락같은 세월 파랑같은 세상 나는 모과나무처럼 서서 이 빈번한 지병을 생각하지 진달래 진 자리 꽃진 자리 주민등록등본 같은 존재 사랑해요 오늘은 문득 그 말을 하고 싶구나 곡명 그대 수선화 노래 엄주환
동행 식구들과 추석을 보내는 밤 창 아래 불빛들은 아늑하고 9시 뉴스를 보는데 마음 속엔 밤바람 파도 소리가 일었네 밤 바닷가 같이 가자니까 아무도 돌아오는 답은 없고 혼자 외투를 걸치고 있는데 불쑥 여섯 살 난 아가씨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하였네 식구들은 주섬주섬한 꼬맹이를 말없이 보았네 해운대 밤바람은 찹고 잼잼 말랑말랑한 손길이 어찌나 맹랑하던지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하였네 곡명 : 달뜨는 바닷가
사랑의 이중창 소프라노와 알토가 함께 살았다 색깔이 다르지만 함께 살았다 공단 어느 담벼락에 선영아 사랑해 그 낙서처럼 처음엔 달았다 달았지만 둘 사이엔 간극이 있었다 간극이 불협하면 슬펐다 불협의 슬픔은 썩지 않고 매양 날아갔다 앞서가는 물과 따라가는 물이 결을 이루 듯 둘 사이의 거리가 어울리면 울림이 되었다 소리가 같을 수는 없었다 칠십이면 귀신도 보인다던데 사랑은 지금도 서툴고 서툰 사랑 늙어 간다 오페라 아리아,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쇼생크 탈출 삽입곡
11월 하늘 발목을 지나가는 강물은 마지막 물이자 다가오는 첫 물이라던가 이랑을 만들며 벼를 쓸고 간 바람은 자고 가을을 벗어 놓고 간 하늘엔 납빛 구름장만 모여 있구나 봄물이 반짝이던 눈망울 한낮 쇠비름처럼 누워있던 청춘 금빛이 스러진 가랑잎 생은 꼬리별처럼 직선으로 가는구나 울밑에선울밑에선네음절만반복해서부르다울면서서울로간봉선이누나살았는가죽었는가 내고향남쪽바다그파란물을벼랑박에적어놓고속노래부르던명순이누난지금쯤파파할머니가되었는가 함박웃음을물고맨발로달려나오시던엄마는하늘가어디쯤계시는가 한지 같은 빈 하늘에 갈피갈피 접어 둔 이름들이여 곡명 그리운 마음 음악 최현수
말속이 이쁜 여자 목도리도 이쁘네요 말엔 속이 있어서 습기가 있고 그 안에 씨앗이 있어서 말속이 이쁘면 다 이쁜 허투루 입은 니트조차 따뜻하게 보이는 아는 사람은 아는 공공연한 비밀 곡명 Quello Che Faro Sara Per Te(이탈리아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당신을 위해) 가수 - 캐서린 젠킨스 Everything I Do, I Do for You 내 눈을 들여다 보세요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줄 알거에요. 당신의 가슴 속을 찾아보세요 당신의 혼을 찾아보세요. 그래서 거기서 나를 발견할 때 당신은 더 이상 찾지 않을 거에요. 더 이상 노력해 볼 필요가 없다 말하지 마세요 죽을 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 말하려 마세요 진실이라는 걸 알지 않는가요 내가 하는 모든 것 모두 당신을 위해라는 걸(이하 생략)
동백아가씨 장이 서는 날은 거리가 흥성댔다. 진눈깨비가 치는 날에도 시장 길목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거리 극장 간판에는 한 여인이 쓰러진 채 울고 있었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면민 여러분에게 총천연색 영화를 상영한다는 확성기 소리는 나를 들썽이게 하였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쳤다는 노래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움은 또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골목을 몰려다니면 신명이 났고 자자분한 흥분들이 손끝을 간질였다. 어물전으로 가는 길목은 질척거렸고 생선 냄새가 넘쳐났다. 비릿한 생선 냄새는 장날 같다는 생각을 한층 돋우어 주었다. 시장 복판에서는 튀밥 장수가 오일장을 터뜨렸다. 튀밥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의 탄성도 함께 터졌다. 몇몇 튀밥이 구석으로 튀면 검정 통치마를 걸친 미친 ..
설렘 어린 가슴부터 내내 내 방을 두드렸던 가장 은밀한 글자 곡 - 별들은 사라지고 엠마 샤프린(s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