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이 서는 날은 거리가 흥성댔다. 진눈깨비가 치는 날에도 시장 길목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거리 극장 간판에는 한 여인이 쓰러진 채 울고 있었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면민 여러분에게 총천연색 영화를 상영한다는 확성기 소리는 나를 들썽이게 하였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쳤다는 노래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움은 또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골목을 몰려다니면 신명이 났고 자자분한 흥분들이 손끝을 간질였다. 어물전으로 가는 길목은 질척거렸고 생선 냄새가 넘쳐났다. 비릿한 생선 냄새는 장날 같다는 생각을 한층 돋우어 주었다.
시장 복판에서는 튀밥 장수가 오일장을 터뜨렸다. 튀밥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의 탄성도 함께 터졌다. 몇몇 튀밥이 구석으로 튀면 검정 통치마를 걸친 미친 계집 하나가 어느 겨를에 튀밥 알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계집이 돌아서서 튀밥을 입에 물고 해죽이 웃을 때는 눈매가 길게 보였다. 눈발이 날리면 튀밥 장수는 더 불콰해진 얼굴로 오일장을 터뜨렸고 가슴을 도려내는 노랫소리는 더 흥이 났다.
그해 섣달그믐 저녁, 쑥대머리 그 미친 계집이 시장통 이불가게 바람벽 구석에 핏덩이 아기를 붙안고 얼어버렸다는 소문이 읍내에 파다했다. 몇몇 건달이 그녀를 지나갔다는 풍문도 흉흉했다. 튀밥 장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Saddest Thing - 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