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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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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이미지 /인터넷  어두워진 골목에서 이지러진 문패를 본다 오래 서서 본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쓰러질 듯한 문간, 문간 틈새로 보이는 죽은 풀들 해 아래 변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언덕 위 종탑과 좁은 골목길에선 아직도 고향 냄새가 난다 앞집 딸 부잣집 노랫소리도 들려온다생각이 몸을 채근한다 이 볼품없는 풍정에 왜 왔느냐는.웃고 울고 여드름이 돋았던,장독대 아래 채송화가 끝끝내 여름을 붙잡고 있던 몸이 기억을 더듬어 강을 거슬러 올라왔나 보다 어쩌면 혼자 골목에 서 있던 소년을 보러 왔는지도 모르지 아아, 나는 너무 멀리 왔나 보다     곡목  Going Home                   연주  Phil Coulter
친구 굳이 말하자면 우리는 친구라고 부를 것도 없는 동행이었다  반짝이는 잎새가 아니라 구닥다리 회중시계 같은 것이였다  누구 키가 더 큰가 재 본 일도 없었고 쌈짓돈도 그럭저럭 셈을 하지 못했다 슬픔은 스스로 흘러갔고 앓는 소리는 내밀하게 주고받았다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어쨌거나 우린 여기까지 왔다 해그림자 길고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들판에 홀로 네가 어둠을 맞이하고 있을 때 작은 모닥불로 내가 타겠다  한순간에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곡명  브레이킹 던의  ost 중 A Thousand Years (Piano/Cello Cover)       이미지 출처 네이버
통증 그 무슨 알량이라고 애절했던 눈길 접어 두고훔쳤던 마음도 반납하고까무륵 한 세상 살다가 마른 옥수숫대 되어돌아와 보니 다리 위에 아직 그애 그 모습 그대로서성이네가만히 다가가 어루만지면 매운재가 되어 폭삭내려앉을 것만 같아 ※ 매운재 – 서정주의 신부 중
쥐(동시) 이미지/인터넷\달빛이 방안까지 들어오는 우리 집은 아파트 건너, 개울 건너 낡은 양옥집 가을 지나 화장실에서 쥐를 만난 동생 비명소리에 쥐덫을 놓을까 고양이를 기를까 아빠 궁리만 하고 계신데요  사사삭천장에 올라 간 쥐들이 다다다다 난리 법석을 피우자 화가 난 아빠 끈끈이 판을 사다 냉장고 밑 물받이통 옆에 깔고는 쥐, 너는 죽었다 하신 다음 날,  한밤중 엄마 비명소리에 달려 가보니 요놈, 이 발칙한 놈이 끈끈이에 붙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빌 것 같아 징그럽고 소름끼쳐 가슴이 두근두근, 아빠는 빗자루를 찾으러 가셨는데  맙소사 끈끈이가, 이 지독한 끈끈이가 오른발 떼면 왼발 붙잡고 왼발 떼면 오른발 붙잡아 지치고 악만 남아 발발 떠는 모습이 점차 불쌍해지기 시작했고요빗자루를 들고 온 아빠 사정없이 쥐..
식탁 아래로 접시가 미끄러지는 그 아찔한 찰나 나도 모르는 순간으로 내려가 그대를 받겠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슬픔으로 눈시울이 그렁그렁할 때 손등으로 그대를 닦아주겠습니다 웃지 않을 수가 없는, 그래서 만발하는 순간에는 안과 안을 맞추어서 반짝 소리를 내겠습니다 지저분하고 가장 음습한 곳에도 먼저 도착해서 말끔히 치워 놓겠습니다 외로움이 번져서 삭신에 바람이 불 때, 삿갓구름이 외경으로 물들여질 때 끝과 끝을 모아서 그대를 빌겠습니다 가만히 안경을 집어서 서랍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곡목 인생의 선물 노래 유정
오월이 간다 이미지 /인터넷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빚어 넘기면 뒤에서 어머니가 담담히 나를 보셨다  진달래 가고 벚꽃도 가고  이젠 초록 진초록 연초록 연연초록 안고 보듬고 겹겹으로 푸른 오월  아무렇게나 걸쳐도푸른 뒷모습  오월이면 살아 나오는 보고 싶은 눈빛 곡명  그 푸르른 오월은 (모래시계 OST)       곡    최경식
내 안의 내시경 민들민들한 저것이 프라이드치킨과 거친 김치 조각을 주물렀구나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끝도 없이 주물렀구나저 부드러운 것이 안을 수 없는 슬픔도 삭히느라 생채기가 났구나하늘이 내려 준 소명을 눈물겹도록 주무르고 주물러서 살과 똥으로 발라 놓았구나 즐거움은 살이 되고 슬픔은 따로 내 보냈구나         곡명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시킨)            노래    존노
빈집 봄 햇살이 내려앉은 돌담  대문 없는 마당 마당가 장독대와 마른 망초  낡은 운동화 한 켤레  문간에 기대 선 목련 한 그루  사드락사드락 꽃잎은 져내리는데  집은 비어서 물상들은 움직이지 않고  평생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곡   sound of 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