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수근
어머니
오늘은 벚꽃이 져내리는 둑길을 걸었습니다
수 천 수 만개의 나비들이 벗나무에 매달려
개울길을 하얗게 물들인
눈부신 봄길입니다
저 팔락이는 몸빛이 아무리 화사한들
안경 너머 따스한 어머니 눈길이겠습니까
찬송가를 부르는 환한 슬픔이겠습니까
봄이 한 순간 나를 찰칵 찍습니다
길가에 지는 한 장 꽃잎입니다
나붓나붓 내려앉는 인생입니다
어머니
업드려 하얀 나비로 올라간
그 모습 그대로
아직도 우리를 기도하겠지요
오늘은
벚꽃나무 아래로
당신이 오십니다
곡명 Come, Thou Fount Of Every Blessing
곡 데이빗 카네스
구례 벗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