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들판 곁으로 굽돌아가는 능젯길은 내 소년의 반을 키워주었다
사춘기가 다 가도록 나는 그 길을 돌아 나온 셈이다
열등이 생목처럼 올라오는 날이면 으레 그 길을 찾았다
그런 날이면 차가운 바람이 신열에 젖은 소년을 식혀 주었다
농협 정상무네 딸을 스치는 날에도 곧장 능제로 향했다
감색 물결 위에 또박또박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얼비치면
저녁 해가 이울도록 사춘기를 떨면서 돌아오곤 했다
봄이면 부푼 달이 수면 아래 너울거리고 물상들은 깊고 푸르렀다
제방 저쪽으로 살별이 빗금을 긋고 사라지는 순간엔 누군가 넋이 진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낮게 깔리고 벌판에 눈발이 섞어 치는 날은 서슬이 팽팽하도록 그 길을 걸어갔다
살을 에이는 바람은 목적도 없이 소년을 펄럭거렸고
제방 끝으로 구부러진 황톳길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길이었다
작년 가을엔 능젯길이 나를 다녀갔다
바람에 이는 포플러 잎새처럼 다녀갔다
소슬한 은빛 물결
소심함을 식혀 주었던 바람
아슴아슴한 황톳길도 함께 다녀갔다
Staring in a mirrow - FariborzLachi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