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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어떤 신호

Akira kasaka 그림  


당신과 나 사이에 강이 흐릅니다

세상도 흘러갑니다

거리의 차들이 흘러가고 사람들이 흘러갑니다

나도 물살에 실려갑니다

강 건너 오래된 친구가 손나팔로 무어라 외칩니다

건강해야 해그런 말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대 불빛처럼 까독까독 신호를 보내옵니다

꿈속처럼 켜졌다 꺼지곤 합니다

강물에는 계절도 흘러갑니다

빗소리가 밤내 유리창을 두들기면

몸안에서 가는 신호가 생깁니다

새벽에 창밖으로 쌓인 눈을 보면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신호가 옵니다

여름과 겨울은 서로 멀어서 만날 수가 없습니다

흘러오는 동안 그대는 아슴아슴 멀고

내 몸은 여리고 여려져서 이제

아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이름을 불러 볼 사이도 없이 가버린 얼굴들처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커피 한 잔 같은 신호가

몸 속에서 깜박깜박 합니다


 

Beethoven - Violin Sonata No.5 in F Major, 'Spring'-II. Adagio molto espressivo -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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