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마늘밭

크린트리 2023. 3. 2. 06:37

봄을 말하지는 않겠다
외롭다고도 말하지 않겠다
 
볕바른 언덕에
밤이면 뭇별이 내려앉는
그것으로 만족하겠다
 
오른눈이 왼눈을 바라보는
오른 손이 왼손을 붙잡는
질긴 겨울을 안고 가겠다
 
어둠 속에서도
마늘잎은 물이 돌기 시작한다
나란히 나란히
파르라니 파르라니 일어선다
 
작은 솔잎 하나 떨어질지라도
자칫 상처받지는 않겠다
 
지나 온 시간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겠다
 
눈과 눈 사이, 손과 손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를
꼭 붙잡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마늘밭 바람은 오늘도 아리다
 


             곡명  spring waltz        쇼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