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유모차를 미는 할머니
크린트리
2023. 2. 19. 02:01

할머니 한 분이
아스팔트 길가를 가신다
가랑이 진 두 다리로 허리를 반으로 접어 유모차를 밀고 가신다
평생 콩밭에 엎드려 기역자로 구부러진 장모님 허리처럼
더 이상 펼 수 없는 철사로 걸어가신다
생각에 잠긴 자벌레가 잠시 허리를 폈다가 꽁무니를 앞으로 밀 듯
기역자를 폈다가 다시 가신다
봄 햇살은 튀고 유모차는 할머니 몸처럼 한없이 가벼워
땅에 떨어진 천조각 같은,
흰 날개를 달고 금방 날아 갈듯한 기역자 할머니가
아스팔트 길가를 자박자박 가신다
David Lanz(데이빗 란츠) 의 Canon 변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