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겨울 편지
크린트리
2022. 12. 21. 11:41

겨울 편지
내린 눈 위로 시린 달빛이 마당 가득합니다
밤바람이 찹고 맵습니다
마당 가엔 당신이 서 있습니다
제그림자를 밟고 서서 나를 기다립니다
내 그림자 제그림자를 얹고 겨울밤을 내닫습니다
벌판에 싱그러운 입김이 서리고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부서집니다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자꾸 올라가는 노랫소리도 들립니다
절뚝이며 장독대를 돌아 나오면
겨울밤은 이내 잦아들고
편지를 씁니다
살구나무 아래 서면 그대가 꽃이었고
분분 벚꽃이 져내리면 그대는 눈물이었습니다
빗발이 치면 온몸 그대로 젖은 해바라기였고
외따로운 논길에 서면 말간 가을이었습니다
이 밤 지나
산등성이 하얀 잎을 그려내고
산마루마다 꽃을 올리면
나는 편지를 부치러 갈 것입니다
Walking in the Air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