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지리산에서 쓰는 편지

크린트리 2022. 12. 4. 04:50

하늘이 낮게 드는 겨울 초입이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엷은 탓인지 누군가가 더 그리운 계절이네

잎새들이 막 물들기 시작할 즈음부터 난 이곳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텃다네

내 몸 바퀴 하나가 고장이 나서 이곳에서 난 쓸쓸한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지

쓸쓸함은 한 번씩 밀려 왔다가 갈 뿐 이곳 식구들은 곧잘 헤살거리며 몰려다니곤 한다네

김이 나는 저녁 식탁은 평화롭고 고즈넉하며 식사 내내 웃음기를 머금은 즐거운 시간이네

어제저녁 식탁에선 마주 앉은 여인에게 말문 하나를 잘못 던진 것 같았네

짝지 남편이 한 번씩 보고 싶으시죠?

아니요, 안 보고 싶어요 보고 싶은 딸도 안 보고 싶어요 내 힘든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요 사랑하는 남편이, 딸이 힘든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내가 싫거든요

그녀의 목소리가 후득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선득하게 들려 왔지

일순 아픈 정적이 감돌았고 옆에 앉은 여인은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얼른 눈을 훔쳤으며 나는

국을 깨물어 목 안으로 삼켰다네

어둠이 밀어 오는 창밖으로 초저녁별 하나가 깜박이고 서 있었네


 

2022.12.02


곡명 : 기쁨이 넘쳐 뛸 때, 작곡자 : 슈베르트, sop 손지수


기쁨이 넘쳐 뛸 때

기쁨이 넘쳐 뛸때 뉘와 함께 나누리 슬픔이 가득 할때 뉘게 하소연 하리 영광의 주 우리게 기쁨을 주시오니 서러운 눈물 씻고 주님께 나가리

당신이 아니시면 그 누가 빛을 주리 인생은 어둠 속에 길 잃고 방황하리 희망의 주 내 삶의 길 인도하시오니 나 언제나 주 안에 평화를 누리리

부당하온 이 영혼 주 앞에 어찌 가리 주께서 살피시면 결백함 있을런가 사랑의 주 우리의 뉘우침 굽어보사 불쌍히 여기시어 받아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