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옛집

크린트리 2024. 12. 11. 05:45

이미지 /인터넷 


 

어두워진 골목에서 이지러진 문패를 본다

오래 서서 본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쓰러질 듯한 문간,

문간 틈새로 보이는 죽은 풀들

해 아래 변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언덕 위 종탑과 좁은 골목길에선 아직도 고향 냄새가 난다

앞집 딸 부잣집 노랫소리도 들려온다

생각이 몸을 채근한다

이 볼품없는 풍정에 왜 왔느냐는.

웃고 울고 여드름이 돋았던,

장독대 아래 채송화가 끝끝내 여름을 붙잡고 있던

몸이 기억을 더듬어 강을 거슬러 올라왔나 보다

어쩌면 혼자 골목에 서 있던 소년을 보러 왔는지도 모르지 

아아, 나는 너무 멀리 왔나 보다


 

    곡목  Going Home                   연주  Phil Cou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