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만리장성
크린트리
2024. 4. 27. 20:46
오토바이 한 대가 대로변에서 춤을 춘다
범퍼와 번호판 사이를 지나며 춤을 춘다
미처 범퍼 사이를 빠져나가지 못한 사내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철가방 속 짜장 가닥이 도로 위에 쏟아지고
단무지가 튀어 나온다
뉘엿한 해거름 속으로 머리칼이 노란 총각이 들려 간다
짜부라진 오토바이 꽁무니에 손바닥만한 ‘만리장성’ 깃발이 펄럭인다
만리에 붙들려 와서 평생 장성을 쌓다가 뼈를 묻은 청나라 사내들처럼
서울 가신 오빠는 어쩌라고 발 빠르고 부지런한 중국집 배달 총각
칼날 같은 시간 위에 춤을 추다가
곡명 오빠생각 노래 구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