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반성문
크린트리
2023. 12. 21. 07:38
석양에 파종하는 사람 - 빈센트 반 고흐 작
금빛 노을이 져 내린다
떨어지는 해를 붙잡진 않겠다
닭들이 애써 낳은 달걀을 생각 없이 먹었다
벌들이 필사적으로 모은 꿀 한 숟갈을 무심하게 입에 넣었다
꽃 한 포기 심지 않았으면서도 생울타리 줄장미가 예쁘다고 말했다
가을 속에 서 있었는데도 너무 많은 가을이 지나가 버렸다
해가 뜨는지는 알았지만 얼마나 고마운지는 잊어버렸다
콩을 줍는 아낙처럼 하루를 보냈다 어두워오는 줄도 모르고
매지 않을 작정이라면 넥타이를 버려야겠다
읽지 않는 책도 버려야겠다
잊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도 지워야겠다
나에게만 박힌 돌이라며 아픔을 짖찧지 않겠다
가난한 풍성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살펴보겠다
사랑해요 그런 말은 못해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지은 죄 덜어가며 살아가겠다
곡목 - 석양 연주 김인배